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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뜬구름 잡기

2016.03.31 내가 사라졌으면

biyo 2016. 3. 31. 22:07


          at Paris / Canon eos 300v + tudor200                          




  요즘 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 그동안 원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전공의 수업들을 듣고 있지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그저 앉아서 수많은 웹사이트, SNS에서 나오는 방대하고 쓸모없는 정보들을 보는 일이다. 아주 가끔씩만 들어가보는 계정의 메일함처럼 그저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을 내 속에 그저 꾹꾹 눌러 담아 넣어 뒀다가 가끔씩 생각날 때 그것들을 비우고 또 다시 채우는 하루의 반복이다. 가슴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 옥상달빛의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노래에는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라는 가사가 있다. 그 가사처럼 정말 그냥 뿅하고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도 슬퍼할 사람없이 그냥 흔적도 없이 '뿅' 말이다. 물론 내가 지금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단지 '존재' 하기 때문에 느끼는 숨막히는 막막함이 버겁다는 이야기다.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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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풋(in-put)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정도의 -물론 들어온다고 다 창조물이 되어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웃풋(out-put)도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제작년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일들이 참 많았다. 처음으로 자취를 하기 시작했고 가족이 아닌 남을 룸메이트로 들였다. 또,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꿈꿨던 유럽여행도 다녀왔고 다정하고 말랑말랑한 사랑도 해보았고 지질한 이별도 했다. 그리고 많은 아르바이트들을 거쳐 인턴이라는 사무직도 잠시 경험해보면서 앞으로 내가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을 때 겪을 일들도 살짝 맛보았고, 지금은 그동안 원했던 전공을 부전공하면서 가장 친했던 이성인 친구와 연애를 하고 있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더 많은 걸 겪었을 테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도 많을 것이다. 그리하여 새롭게 알게된 것들, 그리고 새롭게 느낀 감정들이 내 속에 차곡 차곡 쌓여 있겠지. 물론 정리되지 않은 형태로 말이다.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막막하고 길을 잃은 기분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들을 정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머릿속, 마음속의 축적물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할 지 막막하지만, 이렇게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뱉어 내는 것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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