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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보러 가고 싶다-

biyo 2018. 11. 6. 00:27

Auroras over Northern Canada 

Image Credit & CopyrightKwon, O Chul (TWAN)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 밥도 잘 먹고 멀티비타민과 실리마린, 프로폴리스를 매일 꿀떡꿀떡 삼키는데도 감기에 걸렸다. 이 감기를 핑계 삼아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잠을 잔다. 잠을 많이 자니 꿈도 많이 꾸고 기억하는 꿈의 개수도 늘어났다. 현실 세계에서 소심한 나는 꿈에서도 소심해서 주로 사과를 한다. 상대에게 마음에 담아둔 말을 풀어놓고 울면서 화해를 하거나 현실에서는 이미 틀어진 관계인데 꿈속에서는 아직 서로 애틋한 사이어서 오히려 현실을 내가 본 미래라고 생각하고 그런 일이 있지 않게 내가 그에게 잘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보같이 감정의 꼬리가 참 길다. 풀리지 않은 감정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버거워 꿈에서라도 풀어보려 하는지 모른다.


꿈이 없다면 잠은 너무 끔찍할 것 같다. 죽음 너머의 세계가 없다고 생각하면 죽음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부산스럽고 귀엽게 숨 쉬고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다. 무겁고 진지하게 가 아니라 아주아주 귀엽고 신비롭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믿고 싶은데 그러기에 나는 너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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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가 빛을 발한다. 아니 발하지 않는다. 오로라는 홀로,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가 나눈 아름다운 대화이다. 정확히는 지구 자기장에 끌려온 태양의 플라즈마가 지구 대기의 원소와 반응한 결과물이다. 그 원소 입자에 따라 초록, 빨강, 파랑, 보라, 분홍 등 형형색색 빛을 낸다. 빛을 발하는 주체는 객체가 아닌 또 같이 연결된 무엇이다.

우리도 그러하다. 각자 또 같이 연결된 무엇이다. 원인이자 결과이다. 우리도 그렇게 우주 만물과 연결되어 원소가 되기도 하고 오로라가 되기도 한다. 순간순간 우리가 하는 선택이 누군가에겐 빛이 될 수도, 어둠이 되기도 하며, 어디선가 오로라처럼 빛을 발하기도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소우주×권오철 <오로라> 팜플렛 중


“A human being is a part of the whole called by us universe, a part limited in time and space. He experiences himself, his thoughts and feeling as something separated from the rest, a kind of optical delusion of his consciousness. This delusion is a kind of prison for us, restricting us to our personal desires and to affection for a few persons nearest to us. Our task must be to free ourselves from this prison by widening our circle of compassion to embrace all living creatures and the whole of nature in its beauty.”

" 인간은 우주라는 전체의 한 부분이며, 시간과 공간에 의해 한계 지어지는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신의 사유와 감정이 주변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착각합니다. 인간의 의식이 빚어낸 착시 현상에 사로잡히는 것이지요. 이런 미혹이야말로 우리를 구속하고, 우리를 개인적인 욕망이나 아주 가까운 몇몇 사람에 대한 애정에 집착하게 합니다. 이러한 감옥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온갖 생물들과 자연을 포용할 수 있는 자비심의 울타리를 더욱 확장시켜야 할 것입니다."


― Albert Einstein


천체사진작가 권오철씨의 작품은 이곳에서 더 볼 수 있다

http://blog.kwonoch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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