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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상념 想念 - 우울함에 대하여

biyo 2018. 2. 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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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想念) :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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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공간에 저의 생각들을 그리고, 적습니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새벽까지 통화를 하다가 "넌 갑자기 파도처럼 우울함이 밀려오면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들었다. (감성적인 친구예요)

잠시 고민을 하며 아무 말 못하고 있자, 그 친구는 이어서 "난 그런 때면 막 패닉 상태가 되고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라고 입을 떼곤, 자신의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통화는 그렇게 친구의 우울에 대해 들어주고 달래주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친구의 질문은 계속해서 제 머릿속에 맴돌았다.
넌 우울함이 밀려올 때 어떻게 해?

나는 종종 우울해진다. 이 우울함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노력한 일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와 같이, 이유가 있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내 상황이 다 괜찮은데 이유 없이 밀려오기도 한다.

특히, 후자처럼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이유 없는 우울함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서 주변의 아름다운 것, 재미있는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자존감은 뚝 떨어져 바닥에 질질 끌리고,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리고 나아가 사는 것마저도(!) 귀찮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럴 때면 더욱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노래방이나 술집에 가서 신나게 놀며 우울함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렇게 놀고나서 집에 돌아오면 '아 내가 그런 얘기를 왜 했지, 너무 내 얘기만 했나.' 하며 오히려 더 우울해졌다.

그러다 한 친구에게 우울할 때일수록 우울함의 '바닥'까지 가 봐야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바닥'이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우울의 끝으로 내려가면서 그 '바닥'이 '극단적인 선택'이 될까 봐 두려워졌다. 그래서 우울의 바닥보기도 포기!

그래서 요즘은 우울함이 밀려오면 '아, 내가 우울하네' 하고 혼자 뒹굴뒹굴하고 가만히 몸을 낮춘다. 넙치처럼 몸과 마음을 납작하게 낮추고 있다 보면 그 시기가 조금은 조용하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내가 겪는 이유 없는 우울함에는 '바닥'이 있어서 딛고 올라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우울함의 '터널'이어서 그 곳을 지나야 우울을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울함이 너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음도 몸처럼 병이 드니까.)


​​저에게 우울은 '터널'같습니다. 터널의 끝이 보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 터널이 너무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아 두렵습니다. 터널 안에는 '외로움'과 '후회', 그리고 '집착'같이 끈적하고 기분 나쁜 감정들이 투명한 거미줄처럼 쳐져 있어서,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욱 저의 마음을 옭아맵니다. 그래서 우울의 터널을 지날 땐 몸을 낮추는 게 좋습니다.
-오늘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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