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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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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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yo 2018. 10. 25. 00:32


Canon eos5 + kodak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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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 내게 더 큰 고통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 시절이 내게 심어놓은 공포와 쓰라림이라는 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필요한 것으로 보였던, 걸려있는 돈이 워낙 중하기에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는 그런 일을 마음에 없는 말을 해가며 비위를 맞추면서 노예처럼 일한다는 것, 그리고 별것 아니지만 소유자에게는 중요하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 재능이 소멸하고 있다는 것, 나 자신, 나의 영혼과 더불어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들이 꽃 피는 봄날을 갉아먹고 나무속을 파먹는 녹이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했듯이 나의 숙모는 돌아가셨지요. ...... 지갑에 은화를 살짝 집어넣자, 쓰라렸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고정된 수입이 불러일으키는 기분의 변화란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다만 때때로 영웅 노릇을 해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약간 비겁하고 계산 빠르고 이기적이고 위대함에서는 먼 존재야. 그리고 나는 바로 그걸 그리고 싶었어. 우리가 동시에 선량하고 또 악하고 영웅적이고도 비겁하고 인색하고도 관대하다는 것, 모든 것이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어서 구분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에게 나쁜 짓이건 좋은 짓이건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 모든 것이 그렇게 무섭고 복잡하게 혼란한데 모든 것을 다 간단하게 만들려는 인간이 나는 싫어.

-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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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진을 찍은 날은 무슨 기분이었길래 육교에 엎드려서 저걸 찍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