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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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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biyo 2018. 10. 6. 16:27





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이니까.
-36p

날이 밝아도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무의미한 하루가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시간은 더 이상 나를 의미있는 곳으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단지 나를 늙게 할 뿐이었다.
-47p

그 사람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65p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6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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