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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뜬구름 잡기

모닝콜

biyo 2013. 8. 6. 22:29


drawing by biyo                 


The Low Anthem - Pepsi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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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좋아하는 노래는 모닝콜로 하면 안돼." 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지만 살짝 미소 지으며 왜 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어떤 노래든지 모닝콜로 해놓으면 금방 가장 듣기 싫은 노래가 되어 버리잖아. 너는 안그래?" 나는 대답했다. "음, 그런 것도 같고......아, 우리 엄마 모닝콜 소리! 우리 엄마는 항상 모닝콜 벨소리를 새소리로 해놔. 한 열댓마리가 동시에 지저귀는 듯한 시끄러운 새소리. 아침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짜증나는지 몰라 정말. " 그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 그거랑 비슷한 소리로 수탉 소리가 있지. 시골의 아침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도시의 아침 곳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모닝콜 얘기는 왜 한 거야?" 내가 물었다. "아, 요 며칠 완전 꽂혀서 계속 반복해서 듣던 노래가 있었어.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들을 수록 좋아지는거야. 그래서 아, 이건 모닝콜로 해도 질리지 않겠다. 이걸로 해놓으면 매일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지. 한 이틀은 정말 좋더라고. 기분좋게 흥얼거리면서 일어날 수 있었어. 그 노래를 모닝콜로도 듣고, 이리저리 이동하면서도 종종 들었어. 그런데 3일째 아침에 일이 터진거야. 그 노래의 앞부분이 들리자마자 핸드폰을 찾아서 [알람종료]버튼을 누르게 되더라고. 그리고 그 이후론 그 노래가 질리기 시작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재생목록에 있는 노래들을 랜덤재생하다가 나오면 듣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서 재생하진 않는' 노래가 되어버렸어. 모닝콜로 하는 바람에 즐겨듣던 노래 하나를 잃게 됐지. 어흑" 그는 장난스럽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미소짓곤 그에게 물었다. "모닝콜로 해도 질리지 않는 노래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가 대답했다. "아마 없지 않을까? 그냥 매일 매일 다른 노래로 하면 또 모를까. 한 노래를 계속 모닝콜로 듣다보면 결국엔 싫어질 거야." "흠 그 말 왠지 슬프다. 불쌍한 모닝콜. 그에게 내가 모닝콜 같아지지 않길. 우릴 아침마다 열심히 깨워주는 데 결국 그런 대접이나 받게 되다니...  "아, 그런가?"  "아, 메일 주소 불러주라. 내가 이번에 다운받은 노래가 있는데 진짜 좋아. 그건 어쩌면 너의 예전 모닝콜보다 오래갈지도 몰라." "하하, 그래, 기대할게. 내 메일 주소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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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ong is come from

http://freemusicarchive.org/music/The_Low_An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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