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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프랑스 리옹에 가까워지며 썼던 글

biyo 2015. 6. 2. 22:41

초여름이다. 구름은 뭉게뭉게 낮게 떠 있어 손을 들어 솜사탕을 먹듯 조금 뜯어서 입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구름이 무슨 맛일 지 궁금했다. 얼마나 궁금했는지 하루는 구름을 먹는 꿈을 꿨다. 구름 위로 폭 하고 떨어진 나는 구름에 입을 갖다 대었다. 내가 먹은 구름은 맛이 없었다. 그냥 먼지 냄새가 나는 물 맛. 한 데 뭉쳐놓은 부슬비를 먹는 것 같은 질감이었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샜는데 내가 지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프랑스 리옹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도시 리옹, 방금 기차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내가 지금 어린왕자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인연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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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 관한 상념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중편 이상의 긴 글이다. 어릴 적, 우리집에는 오래된 어린왕자책이 있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던 나는 그 책을 내가 책가방이라고 불렀던 가방에 넣고 돌아다녔다. 노란 종이에 타자기로 친 듯 한 글자들이 박혀 있던 그 책을 나는 똑똑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고 형광펜을 들고 마음에 드는 구절들 -거의 대부분의 글-을 밑줄쳤다. 그 당시엔 어떤 내용인 지 잘 몰랐고 그저 왕자의 모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좀 들고나서 다시 읽은 그 책은 그저 모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 갑자기 다시 읽고 싶어 진다. 
또 어린왕자하면 생각나는 것은 장미꽃과 어린 왕자에 대한 노래다. 그 노래는 엄마가 자주 부르시곤 했었는데, 중학교 때 동네 화가 아주머니에게 기타를 배울 때 그 노래 반주도 배웠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밤 하늘에 빛나는 수 많은 저 별들 중에서~' 아직도 그 가사가 기억난다는 게 신기하니 계속 가사를 적어 보도록 하겠다. '유난히도 밝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별을 사랑한 어린왕자 있었다네(?) ...... 어린왕자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꽃은 그저 그 말을 남긴 채 그만 시들어 버렸다네(?) 어린 왕자는 슬퍼서 울었다네 눈물을 흘렸다네 어린 왕자의 눈물을 받은 그 꽃은 다시 피어 났다네' 뭐 이런 내용의 노래였던 것 같다. 어린왕자의 꽃의 사랑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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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서울에서 덧붙이는 글

프랑스 리옹에서는 1박 2일 동안만 있다가 파리로 넘어갔다.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어서 마지막으로 좋은 곳에서 자보자 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하룻밤에 50유로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겐 하루생활비와 맞먹는 금액이다.-짜리 집을 예약했다. 그곳은 작은 마을에 있는 가정집이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다.집 안에는 예술가인 주인 아저씨의 고상한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멋진 가구들과 장식물들이 가득했고 집 밖에는 작은 정원이 봄내음을 물씬 풍기며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서 그 곳에서 머문 하룻밤이 참 기분 좋았다. 

특히 리옹의 부숑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은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리옹이라는 도시 자체도 아름다웠으며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정말 환상적인 석양을 볼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 한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리옹에서 찍은 필름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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