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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앙고라토끼의 시야각은 약 350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도 자기 뒤통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는 거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 앙고라토끼가 된다. 에스프레소를 템핑 하면서도 손님이 들어오는 걸 보고 '어서 오세요.'를 외치고,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몇 초 안에 컵에 얼음과 물을 담으며 입으로는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은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처럼 시야각이 넓어야지만 가능하다. 꼭 카페가 아니어도 서비스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시야는 넓어지고 눈치가 빨라진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해도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토끼들이 일하는 곳에 호랑이 한 마리가 들어온 셈이다. 육식동물은 시야가 좁다. 눈 앞에 있는 먹잇감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
50F, oil on canvas, 2016 “중심을 너 자신한테 둬야 해. 바깥에 중심을 두면 끝도 없다? 난 네가 꼭 뭔가 이룰 거라고 믿어. 혼란할 때일수록 이제 해야 할 건 바깥에 두고 있는 중심들을 다 깡그리 모아서 집어치우고 네가 뭐가 옳고 그르다고 느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 스물일곱 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꿈을 모르는 스스로가 한심했던 내게 혀가 꼬부라진 사장님이 말했다. 꼰대 같은 말이라고,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업장을 가졌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지만 어쨌든 ‘네가 꼭 뭔가 이룰 거라고 믿어.’라는 말이 너무 고마워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소주를 한 잔 나눴을 뿐인데 나의 요즘 고민을 꽤 뚫어보는 그 말에 조금 동..
오늘 화장실에서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도 이렇게 머리를 자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자르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도미노 효과를 노렸달까. 그때도 혼자 머리를 자른 뒤 망한 것 같아서 울면서 나머지 머리를 잘랐었는데, 이번에도 첫 가위질 후 '어떡해......' 라는 말이 절로 나와 입을 틀어막고 조금 울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드라마퀸이어서 자른 머리카락을 주워 지퍼백에 넣고 ‘솔비, 허물을 벗다.’ 라고 써서 보관하다가 그 안에 머릿니가 잔뜩 생기는 바람에 엄마를 기겁하게 만들었지만, 이번엔 유튜브에서 본 걸 따라서 두 갈래로 묶은 뒤 잘라서 귀여운 포니테일 두 개가 생겼다. 내일 버려야지. 생각보다 머..
우울에 싸우기 위해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미루고 미루다 찾아간 상담센터에서 담당 선생님을 만나 간단한 내용 안내를 듣고 앞으로 15-17주 정도 진행될 상담 과정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해보기로 했다. 우울에 잘 대처하고 싶고 앞으로 나갈 힘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추상적이기 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같이 동행하며 조금씩 달성해보자고 하셨다. 상담에도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니 조금 당황스럽다. 새롭고 벌써부터 겁나는데 동행해주신다고 하니 조금씩 나아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