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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뜬구름 잡기

끈끈이 한가운데

biyo 2018. 12. 18. 01:39

Canon eos5 + kodak200



주말엔 하루에 13시간 30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낮에는 음식점에서, 저녁에는 카페에서 각각 5.5시간, 8시간씩 일을 한다. 두 일 사이에 1시간 30분의 쉬는 시간이 있지만 40분은 이동하는데 쓴다. 낮일을 끝내고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친 후 카페에 출근하는 길이면, 쥐잡이 끈끈이에 꼼짝없이 잡힌 생쥐가 된 기분이 든다. 

어릴 때 살던 집 천장 위엔 생쥐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래서 천장 곳곳엔 세어 나온 쥐 오줌이 작은 지도들을 그려 놓았다. 가끔씩 천장에 고양이가 들어갈 때면 잠자는 우리 다섯 식구의 머리 위로 쥐 떼가 우당탕탕 도망치고 고양이가 갸학-거리는 전쟁터가 펼쳐졌다. 쥐들이 파이프를 타고 주방이나 화장실에 나타날 때도 있어서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엔 안에 아무도 없더라도 꼭 세게 노크를 했다. 쥐가 자주 나타날 때면 엄마는 쥐잡이 끈끈이 한가운데에 말린 오징어 조각을 놓고 싱크대 밑이나 화장실 세탁기 아래에 넣어 두셨고, 다음날 아침이면 커다란 생쥐가 끈끈이 위에서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고 있었다. 쥐들은 오징어 맛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쥐에게 오징어가 정말 중요했을까?


돈으로 환산되는 시간을 살며 '나'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특히 설거지를 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할 때와 같이,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일 때면 지금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현재에 살지 못하면 괴롭다고 하지만 현재가 괴로울 때면 도망쳐서 상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상상의 세계를 잔뜩 만들어 글로 단단하게 다져서 세상에 내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괴로울 때면 그 세계로 도망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얼마 전엔 꿈에서 딱 깼는데 머리에 '돈이야말로 인간을 고귀하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라는 말이 스쳤다.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만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도망가고 싶은 상상의 세계를 구상하더라도 여유가 없으면 그대로 증발해 사라진다. 처음으로 무릎이 너무 아파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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