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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혼자 머리자른 날 본문
오늘 화장실에서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도 이렇게 머리를 자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자르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도미노 효과를 노렸달까. 그때도 혼자 머리를 자른 뒤 망한 것 같아서 울면서 나머지 머리를 잘랐었는데, 이번에도 첫 가위질 후 '어떡해......' 라는 말이 절로 나와 입을 틀어막고 조금 울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드라마퀸이어서 자른 머리카락을 주워 지퍼백에 넣고 ‘솔비, 허물을 벗다.’ 라고 써서 보관하다가 그 안에 머릿니가 잔뜩 생기는 바람에 엄마를 기겁하게 만들었지만, 이번엔 유튜브에서 본 걸 따라서 두 갈래로 묶은 뒤 잘라서 귀여운 포니테일 두 개가 생겼다. 내일 버려야지. 생각보다 머릿결이 너무 좋아서 그동안 트리트먼트한 세월이 아깝다. 그리고 거울 속 내 모습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마치 매일 화장을 하다가 화장을 안 하고 나갈 때의 기분이랄까. 머리빨이라는 게 진짜 있긴 한가 보다. 어쨌든 머리카락은 자란다. 오늘 자른 단백질 덩어리 안에 나의 1년간의 기록들이 담겨있겠지. 어제 오랜만에 고향집에 갔더니 동생들이 볼펜과 색연필로 내 머릿속을 수술해줬는데, 부정적인 생각들을 ‘석션’해 버리고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잔뜩 솎아냈다고 한다. 이상한 애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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